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근 며칠간 일에 대한 개념을 다시 정립하게 됐어요


머리 안에 있는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데가 여기 밖에 없어 글을 씁니다.

저는 지금 정글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고, 이걸 하기 전에는 (그리고 지금도) 음악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. 어느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하는 게 아니다 보니 자연스레 일하는 시간과 공간이 유동적일 수밖에 없었고 저는 그게 참 스트레스였어요. 일을 제대로 하는 느낌이 나지 않았거든요. 그래서 어떻게든 strict 한 루틴과 하루 목표를 세웠어요. 더 웃긴 건 하는 작업 대부분이 linear 한 과정이 아니라서 오래 앉아 있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거든요. 안돼도 그냥 계속 앉아 있었어요. 하루 목표를 다 끝냈을 때도 앉아 있었죠. 그래야 생산적이고, 일을 열심히 하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.

일을 바라보는 이런 관점이 저는 지극히 당연한 줄로만 알았는데 요즘 따라 아닐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어요. 찾아보니 이 관점이 산업혁명 당시 애덤 스미스의 철학과 테일러리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거래요. 제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건진 모르겠지만, 사람을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설정하고 직접적인 동기와 strict 한 work routine, 즉각적인 성과 보상을 바탕으로 사람을 제어한다는 게 이 관점의 요지인 것 같아요. 이런 방식은 linear 한 작업에 엄청난 효과를 불러오잖아요? 제품 조립, 문서 작업, 시험 답안 암기 같은 일에요. 그렇지만 이런 관점으로 스타트업 혹은 자영업을 한다고 했을 때 과연 비슷한 효과를 가져올까 하는 질문에는 경험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거에요. 왜냐하면 우선 그런 일은 직접적인 유인책이 없거든요. 바로 이번 달 말에 들어올 월급도 없고, 있다 하더라도 그 업무 강도를 버틸 만큼의 유인책도 아니에요.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세상에 큰 울림을 전달하기 위해서고, 저 멀리 있는 해가 우리를 잡아당기기 때문이지, 뒤에서 누가 밀고 있다고 하는 일이 아니거든요. 또 하는 일이 직접적으로 성과가 되지도 않아요. 이 정글을 개발한 친구가 저에게 항상 하는 말이 "지금 누더기처럼 기워서 기능을 만들거나 고치면 당장은 성과가 보이는 것 같지만 며칠이 지나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. 보이지 않더라도 구조 자체를 제대로 만들어 내야 한다 ." 거든요. 가장 힘든 점은 해야 할 일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는 거에요. "2점짜리 문제 풀고, 3점짜리 문제 푼 다음에 4점짜리 풀면 돼"라는 길이 없어요.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걸 총동원해서 해결책을 찾아내야만 해요. 모른다면 책을 뒤져봐야 하고요. 명확하게 일을 정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시키는 대로만 하면 장담하는데 스타트업으로서 성공할 수가 없죠. 이 일을 다 예상해서 계획하거나 위임할 수도 없고요.

그래서 제 자신이 일에 접근하는 방식을 조금 바꾸기로 했어요. 일하는 동료와 저에게 strict 한 관리 대신 자유와 책임을 주기로요. 구글도 그렇게 하고 있잖아요. 칸막이 사무실에 앉아 하달받은 일을 하지 않고 구글 캠퍼스 안 어디든 앉아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해나가고 있으니까요. 이제 구시대적인 패러다임을 억지로 끼워 맞춰 생산성을 잃고 위안을 얻는 대신 무섭더라도 "더 나은 관점은 뭘까?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?" 질문하며 답을 찾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지 않나 싶어요.

아직 머리 안에서 work ethics와 이 개념을 하나로 통합하질 못했는데 시행착오를 통해 답을 찾아볼게요. 계속 업데이트하겠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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